TURN OF EVENTS

 선흘 곶자왈 바로 옆에 3년간 지낸 적이 있다. 그 전에는 늘 도시에서만 살았던지라 시골에서의 삶은 처음부터 적응하고 알아 가야하는 것 투성이었다.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은 밤의 깊은 어둠. 어둠이 내리고 난 후 집안에는 지네와 바퀴벌레들이 출몰하고 집밖에서는 산짐승들이 짖어대니 육지 촌놈이 무서워할 법도 했다. 근 2달 정도는 밤에 잠조차 들기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히나 일주일에 2번 정도씩 일이 늦게 끝나는 날은 더 고역이었다. 밤 9~10시 쯤 집에 가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길속에서 어둠에 쫓기듯이 발장구치며 퇴근을 했어야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렇게 가로등 하나 없는지. 도시에서는 그렇게 흔했던 가로등이 그 곳에서는 숨막힐 정도로 찾기 힘들었다. 저기 어스름이 보이는 노란 빛을 향해 냅다 달음질해서 가로등 밑에 도착해야만 두려움에서 잠깐이라도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그 곳을 벗어나야만 집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어둠 속으로 한번 더 몸을 던져야 했었다. 

 그런 어둠 속에서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어둠을 깨는 가로등 하나였다. 아무도 없는 그 곳에서 살 수 있었던 것은 그러한 암전 속에서 보이는 반전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인생은 고단한 것’이라는 명제 속에서 우리를 버티게 하는 각자의 그 ‘가로등’이 삶의 반전을 만들어낸다는 것. 그 길에서 지금 당장 앞이 보이지 않고 어둠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지만 앞에 보이는 작은 불빛 하나를 향해 나아가고, 또다시 그 빛에서 잠깐 쉬다가 다음 빛에 다다르기 위해 어둠 속으로 몸을 던지는 우리네 삶이 느껴졌다. 그러한 감정들을 그림으로 옮기고자 했다.
   
 작품은 내가 살았던 선흘 곶자왈 집의 밤과 주변 풍경에서 모티브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