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다들 본인만의 믿음의 세계에 산다.
다 아는 듯이,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난 적어도 나의 믿음의 세계에서 잘 살고 있다는 듯이. 그리고 그렇게 살 수밖에 없다는 듯이
그 믿음은 나를 지키기 위한 수단일까 아니면 나를 나가지 못하게 하는 높은 방벽일까.
"결국 인간은 우주라는 거대한 세계 안에 살면서도, 때로는 그것보다 더 넓으면서 또 좁은 나의 마음의 세계에 갇혀 살고 있는 존재이다."
2021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이었던 내가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시기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밝아야만 한다고 점쳐졌던 나의 미래와, 누군가로부터 투영된 기대감들은 실제로 그렇지 않은 내가 특별한 사람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나보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진실을 깨닫게 되었을 때, 나는 다행히도 상처 입기보다는 내려놓는 과정으로 보냈던 것 같다. 나도 이 세상의 작은 부품이고 나란 존재는 얼마든지 누군가가 대신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것이 너와 나, 우리 모두의 근본적인 고민의 문제이지 않을까.
고민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경제적 문제, 건강의 문제, 가정의 문제 등 고민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개인이 느끼는 무게는 누구나 동일하게 너무 무겁게만 느껴진다. 마치 그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중력의 무게처럼 말이다. 결국에는 지구마저도 우주의 먼지만한 별인데 그곳에서 더 먼지만한 나의 일들로 인해 육체적으로, 감정적으로 죽어간다는 사실은 슬프게 다가온다. 어느 시인이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바람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인생은 고단한 것이라는 명제가 숙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의 작업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어디론가 잠시 떠난다는 감정을 주고 싶다. 떠나본다는 것은 결국 새로운 풍경, 광경을 보며 무엇인가 잠시 잊고 싶어 하는 경험에 대한 욕구라고 생각한다. 떠나봄으로써 예상치 못한, 그리고 나보다 거대한 어떤 풍경들을 만나면 그 순간 내가 짊어지고 있는 무게를 잊게 되는 경험. 그것을 작업에 담아보고자 한다.
THE TURN OF EVENTS 시리즈는 제주도를 내려와 지냈던 혼자만의 시간에 대한 일기같은 작업이다. 외로움에 대한 기록이라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어두웠던 풍경 속에서 빛을 찾아가는 과정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작은 빛을 통해 어두움조차 가능성을 갖게 되는 ‘반전’적인 풍경에 집중했다.
GRAVITY 시리즈는 이제 그곳에서 한발자국 더 나아가 우주적인 이미지를 다룸으로써 세계관의 확장을 모색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무거운 삶의 무게를, 마찬가지로 모두에게 같은 무게로 적용되는 중력이라는 소재로 풀어내보고자 한다.